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며칠 전에 여객선 탈 일이 있었다.
배가 떠날 때-난생 처음으로-갑판에서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었는데
워매, 족족 잘도 받아먹는 갈매기들이여.
내 쪽으로 돌진하는 갈매기들이 무서워서
던지고 뒷걸음질, 던지고 뒷걸음질, 을 반복하면서도
결국 한 봉지를 다 던졌다.
갈매기가 미처 낚아채지 못한 새우깡은 바다 위로 둥둥.
그것들도 갈매기들이 잽싸게 집어먹긴 하더라만은
과자 기름때문에 바다 오염되는 것도 상당하겠네... 란 생각 들더라.

어쨌든 다음 날.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.
이번엔 새우깡을 일부러 구입하진 않았지만
배에 타자마자, 다른 관광객들이 던지는 걸 받아먹는
갈매기들을 열심히 구경하였다.
갈매기들은 배 주위에 원을 그리며 빙빙 돈다.
과자를 낚아채며 휘잉 한 바퀴 돌고 돌아와
또 낚아채고 다시 휘잉 한 바퀴... 계주 주자 같다.
그 애들은 배가 오갈 때마다 먹을 게 생긴다는 걸 알고 있겠지.
그러니 그렇게 배를 따라다니며 새우깡 달라고 깍깍거리겠지.

배 주위를 날며 새우깡을 받아먹는 갈매기들을 보고 있자니
저 애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이유만으로
새우깡 먹는 갈매기, 가 되었구나 싶더라.
갈매기는 전세계에 분포해 있다는데
전세계 갈매기들이 모두 새우깡이 주식은 아닐 거 아녀.
물고기인지 조개인지 벌레인지 모르겠지만
아무튼 살기 위해선 뭔가 잡아 먹는 행위를 하고 있을 거 아녀, 세계 각국 갈매기들이.
근데 내 눈앞에서 날고 있는 이 놈의 갈매기들은
이 지역 출신이란 이유만으로
새우깡 먹는-그것도 받아먹는-갈매기가 되었단 말이지.

30분마다 출항하는 배 주위를
악착같이 따라다니면서 새우깡을 얻어 먹다가
배가 다니지 않는 밤엔 쉬고
다시 날이 밝으면 또 배를 따라다니는 일과를
보내게 된 거란 말이지. 이 지역 출신이란 이유만으로
그런 삶을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 거란 말이지.
갈매기로서의 원래 식성이나 생활양태 같은 게 뭔지 판단할 겨를도 없이
태어나서 정신 차려보니 새우깡이 날아오고 있었겠지.

그런 의미에서 새우깡 먹는 갈매기들이
꼭 사람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거시기했으.
세상이 얼마나 넓은데
살아가는 방법도 많을텐데
새우깡 받아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서
의심 한 번 안 해보고
그 쉬운 걸 안 받아먹는 놈을 비웃고
새우깡 받아먹는 것에 익숙해진 애들 틈에선
새우깡 낚아채는 실력으로 강자와 약자가 구분되고.
어떤 심정이었다-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
냉소는 아니었어. 처량한 마음이었다고나 할까.

눈 앞의 갈매기들을 멍하니 보면서
이런저런 오만 생각에 빠져 있다가 고개를 돌렸더니
어느 샌가 배가 육지에 닿아 있는 거라. 아쉬워서
"아, 벌써 도착했네."
라고 말하자
옆에 있던 일행이 기가 찬 듯 말하더군.

"저기, 아직 출발도 안 한 거야."




-재외공관통신원
도대체(
http://dodaeche.com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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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도대체
재외공관소식 l 2007/09/08 09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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